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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내고 벌주는 것의 교육효과학교와 수업 2022. 7. 14. 23:59
내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체벌이 허용되던 시절이었다.
과거 우리 학교 교육에서 선생님이 윽박지르고 화내고 체벌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었고
돌아보면 초-중학교에 걸쳐 선생님이 말을 안 듣는 아이들에게 엎드려 뻗쳐를 시키거나 매를 드는 것은 매우 흔한 풍경이었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무렵엔가 학생인권 어쩌고가 대두되면서 고등학교에 갔을 때는 체벌이 사라졌고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고등학생 등교시간도 9시로 맞춰지고 야자도 자율화가 되었다.
더 시간이 흘러 교사가 되고 나니 체벌은커녕 크게 소리질러 혼만 내도 누군가 작정하고 아동학대라 물고 늘어지고 고소를 한다면 꼼짝없이 유죄를 받거나, 못해도 변호사 선임해서 개고생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2018년 9월, 갓 발령받아 체육 전담을 하다가 11월에는 출산휴직에 들어가신 6학년 선생님의 반에 담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경험이 없던 내가 중간에 덜컥 맡게 된 졸업을 앞둔 6학년 아이들과 보낸 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다행히 체육전담을 하며 관계가 좋았던 아이들이라 큰 탈 없이 잘 졸업시켰고, 이듬해 2월 박현웅 선생님의 PDC 연수를 듣게 되었다.
PDC는 학급긍정훈육법이다. 친절하면서 단호한 교사.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과 기분을 존중하고 부탁하고 동의를 구하고 나긋나긋 이야기하고 아이가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고 바른 행동을 선택하도록 이끌고 설득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는 내가 그렇게 파악했다.
학급 규칙 세우기부터 아이들 사이 갈등이 생겼을 때의 해결방법 등등 학급을 운영하는 데에 일어나는 거의 모든 상황에의 행동지침이나 발화를 이것저것 배웠다. 정말 다양한 교육방법들이 개발되어 있고, 교사들의 개성도 각양각색인지라 어떤 교육방법 연수를 들었을 때에 그것이 교사 성향 따라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는데 나는 PDC가 찰떡같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학생인 나는 꽤나 모범생이었지만 앞뒤가 안맞고 논리적으로 아닌것 같고 왜?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언행을 교사가 하면 대놓고 반항한 적은 없지만 속으로 그 선생님을 싫어하고 조금은 무시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다.ㅎ 관리자가 그러면.)
그런 나이기에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 스스로 사고하고 올바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젠틀하게 이끄는 PDC는 너무 좋은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 번도 내 손으로 학급운영을 해본 적 없는 백지장같은 나였기에(18년도 말에는 전 담임선생님께서 세워두고 가신 것을 그대로 따르기만 했다.) 2월 연수에서 배운 것을 고스란히 적용하며 19년도에 학급 운영을 해볼 수 있었다. 다만 심각한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급이라서 배운 그대로 조용조용 친절하게 단호하게 하지 못하고 윽박지르고 화내고 소리치는 날이 참 많았다. 그럼에도 꽤 많이 적용하며 학급운영을 해온 것 같다.
20년도에 코로나가 터져서 애들을 거의 못 만나고, 21년도에는 그래도 더 많은 시간동안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19년도의 PDC는 어느새 서서히 기억에서 흐려졌고, 습관처럼 몸에 남은 갈등 중재 방법이나 발문, 학급세우기 방법 등만 사용하며 잊고 있었다.
그러다 올 여름 1정 연수를 받게 되었는데, 실행학습 멘토님으로 다시 박현웅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19년도, 백지장이던 때에 만나 감명깊게 배웠던 학급긍정훈육법을 시간이 흘러 지금 다시 배우게 되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예전에는 지켰는데 지금은 지키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운 것들, 예전부터 지금까지 잘 지켜서 효과를 보고 있어 뿌듯한 것들. 이번에 다시 한 번 배우고 아이들과 해봐서 효과를 보고 좋다고 느끼게 된 것들 등등 많은 배움이 쌓인다.
그러면서 궁금증도 생겨난다. PDC에서 말하는 친절하지만 단호한 교사는 아마 절대 윽박지르거나 소리치거나 단순 반복 반성문을 쓰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PDC를 기본적으로 적용하며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되, 도를 넘는 행동에는 윽박과 벌이 교육적으로 옳은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한 쪽이 일방적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한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오늘 실행학습 모둠 선생님의 학급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 사건을 PDC 갈등중재로 실제 중재해보는 활동을 해 보았는데, 뭔가 좀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의 전말은 6교시에 활동 시간이 남아서 선생님께서 자유시간을 주셨고, 어떤 아이가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하교할 시간이 되었고, 잠을 자던 아이는 깨지 않고 계속 잤다. 다른 아이는 그 아이를 보고 집에 가라고 깨워주려고 아이를 툭툭 쳤고, 엎드려 자던 아이는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하여 순간적인 분노에 자신을 친 아이 뒤통수를 주먹으로 4번 가격했다. 맞은 아이는 휘청대며 튀어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PDC로 해결하기...... 서로의 장점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것저것 이야기하다 서로 하고 격려하고 싶은 말을 한다..? 대부분의 갈등 상황에서 나는 그 방식으로 이미 갈등을 해결하고 있고, 효과도 정말 많이 보았다. 정말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한쪽이 폭력을 사용한 경우 나는 정말 무섭고 엄하게 지도한다. 폭력은 그 어느 상황에서도 옵션이 되지 않으며, 학교폭력이고, 경찰서에 갈 수 있고, 커다란 죄라고 꼭 지도한다. 아무리 엄마 욕을 하고 가족 욕을 하더라도 화가 나서 때린 뒤 경찰서에 가면 때린 사람이 유죄라고.
둘째는 5,6월의 교실 풍경이다. 학기초에 아이들은 간을 본다. 이 선생님 무슨 맛인가, 매운맛인가, 단맛인가. 나는 PDC스러운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에 분명 학기 초에는 나름 달달한 맛이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 물론 나도 애들 간을 본다. 학기 초, 한 4월까진 아이들도 나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달달한 맛이다. 그러다 5,6월이 찾아오고,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진다. 간도 다 봤겠다, 선생님도 익숙하겠다, 아이들의 행동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 때도 부드러운 맛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말 많이 노력한다. 진짜 많이 참는다. 그러나 풀어진 애들한텐 매운 맛이 먹힌다.
내 짧은 교직경력 코시국을 제외한 19년도,22년도. 각 해 5월, 6월에 한 번씩 인생에서 그 누구에게도 내본 적 없는 화와 윽박을 교실 전체에 고래고래 질렀다. 하면서 나도 너무 스트레스 받고, 하고 나서 내가 이래야 하나... 현타도 오고. 근데 그 사건 이후 찾아오는 평화가 대박이다.
물론 성질부리고 화내는 것이 무조건 좋아서 평화가 찾아온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모든 것은 그 전까지 아이들과 쌓아온 좋은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 선생님 너무 좋은데 선생님이 어느날 극대노를 하는 것과, 원래도 재수없고 애들 말 안들어주고 자기 맘대로 하는 선생님이 히스테리 성질을 부리는 것에는 아이들이 느끼기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튼 포인트는, 아이들과 좋은 신뢰관계를 구축했단 전제 하에, 계속 좋게좋게 소리 안 지르고 단호하게 훈육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여기에서 핵불닭 매운맛을 한번 느끼게 해 주면 애들이 정신을 차린다는 것이다.
아 달달하기만 한게 아니구나, 우리 선생님. 까딱하면 혀가 얼얼하게 맵구나.
셋째는 우리 반의 우주(가명)과 시온(가명)이다.
우주는..... 등교를 거부한다. 수많은 가정사와 개인사로 우울증과 ADHD도 있어서 사실 치료의 영역인 아이다. 학기 초에는 학교에 와서 잠만 자더니, 코로나 확진되며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이후 계속 학교를 안 온다. 부모님이 아무리 여러모로 노력을 해도 그냥 버티고 앉아서 대답도 않고 꿈쩍도 않고 그냥 안 간다. ㅎㅎㅎ
우주가 학교에 안 오는 이유는 늦잠이다. 진짜 가정방문도 하고 데리고 상담도 하고 혼도 내고 설득도 하고 별별 방법을 다 사용해도 안 왔다. 안 사용해본 방법은 윽박지르고 성질내고 협박하는 것이었다. 왜냐면 마음의 병이 있는 아이이고, 이것은 성질내서 해결되는 게 아니고 도리어 마음에 더 상처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해해주고 이해해주고 또 이해해주었다. 그리고 사랑해주려고도, 또 그 마음을 표현해 주려고도 노력했다. 근데 이제 학기말 성적처리를 해야 하는데 맨날 학교에 안 왔으니 수행평가를 본 게 없다. 근데 또 안본걸로 처리할 수 없어서 무조건 봐야하니, 다른건 다 내가 이해해주고 있으니 이것만을 위해 잠시 학교에 오라고 연락을 했다.
오기로 약속한 날에 오지 않았다. 진짜 지금까지 참고 참고 꾹꾹 수납보관해왔던 화가 치밀어올라서 전화통을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리고 다음날 우주는 학교에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다음 날도 학교에 왔고, 내일도 온단다.(내일 오나 봐야지.>>안 왔다. 역시 치료와 약물의 영역.ㅠㅠ) ㅋㅋㅋㅋ 참나...
다음은 시온이. 우리 시온이는 아주 착한 여학생이다. 어떤 활동이든 성실하게 한다.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낸다. 신기한 건 자꾸 지각을 한다. 근데 지각을 얼마나 하느냐, 막 20분 30분씩 한다. 심지어는 2교시가 다 지나고 3교시에 오기도 한다. 부모님? 집에서 애 계속 혼내고 가라고 하신다. 아니 중학생도 아니고 초딩이 이렇게 부모님이 챙겨주시는데도 무턱대고 지각하는 건 처음 봤다. 더구나 말짱히 착한 아이다. 다른건 다 착하게 잘 하는데 지각이라니....
난 살면서 한번도 지각해본 적 없는(대학생때 예외) 착한 학생이었기에, 살면서 보아온 많은 지각생들을 떠올려보았다. 지각한 사람 청소시키면 청소하고, 때리면 맞고, 지각하는 애들은 늘 지각하고 벌을 받았다. 그래서 벌을 줘봤자 나랑 관계만 안 좋아지고 애만 힘들지 행동이 교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벌을 주지 않았다. 데리고 처음에는 다독이며 상담하고, 나중에는 조금 더 혼내며 상담하고, 상담만 많이 했다. 아이가 스스로 죄책감에 운 날도 있었다. 그래도 다음날 지각을 하더라.
어느날은 왜저러나 정말 어쩌나 답답해서 교사 커뮤니티에 조언을 구했다. 그냥 나이스 지각 처리를 하라는 많은 조언 사이 벌을 주면 교정된다는 댓글이 눈에 띄었다. 늦은만큼 반성문 줄 수를 늘리는 벌을 주니 고쳐졌다는 것이다. 어머니와 상의 후 해보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바로 일찍 왔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주랑 시온이 둘다 마음으로 헤아려주고 말로 설득할 때는 씨알도 안 먹히더니 성질부리고 벌주니까 바로 돼서 너무.... 어이없고.....
물론 장기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후기를 가지고 돌아오겠다.(후기: 우주는 실패, 시온이는 성공!!!!) 근데 여튼 분명 성질부리기 윽박지르기 벌주기에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 단독으로 사용할 때 말고,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충분히 쌓은 다음에 적용했을 때 효과가 좋은 것 같다.
물론 예외도 있다.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충분히 쌓고, 참고 참고 참아주고 들어주고, 그러다 안돼서 윽박지르고 혼내고 했는데! 그래도 안 되던 남** 기** 씨가 있다. 이 두 분은 근데 약물과 치료의 영역이라 정말 어쩔 수는 없었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으려나.
하여튼. 나의 결론은 PDC를 기반으로 한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충분히 두툼하게 구축하고 나면, 언젠가 핵불닭 매운맛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몇 년 후에도 나는 같은 생각일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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